영국 우체국(Royal Mail Post Office)

어젯밤 영국에 태풍이 지나갔다. 밤새 비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윙~윙~ 부는 바람 소리에 잠을 설치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물을 들이붓듯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더니 이내 그치고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방이 조용하다

 

비록 잠은 설쳤지만 창문을 통해 살포시 들어오는 햇빛이 마냥 좋다

오늘 한국에 있는 조카에게 소포를 보낼게 있어서 나가봐야 했는데 비가 계속 많이 오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날씨가 갑자기 맑아지는 걸 보니 오늘 꼭 우체국에 가라고 신호를 주는 것 같다 ㅎㅎ

 

가까운 거리지만 굳이 차를 몰고 갔다 그리고...

Waitrose수퍼마켓에 차를 주차하고 Highstreet에 있는 작은 구멍가게로 들어간다. Waitrose는 2시간 무료 파킹을 할 수 있어서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동네마다 rule이 다르긴 하지만 2시간이 지나면 벌금을 물 수도 있으니 이점을 유의할 것~!

암튼 볼일도 보고 장도 보고 차 한잔도 할 수 있으니 주차 걱정 안 하고 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참 좋은 것 같다

 

8월 말이지만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서 확연히 가을을 느낀다

영국의 우체국은 우리나라의 우체국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한인타운이라고 알려진 New malden의 우체국처럼 온전히 우체국만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구멍가게 구석진 자리에서 우체국 업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 내가 간 곳도 가게 안쪽 끄트머리에 우체국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상품이 진열된 사이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은 아~~ 주 서민적인 풍경이라고 해야 할까? 

 

처음 영국 살이를 시작했을 땐 내가 상상하고 기대했던 최첨단의 영국이 아니라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금융의 나라, 선진국의 나라라는 소문을 지겹도록 들었는데 막상 와서 살아보니 오히려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난 이런 아날로그 같은 감성이 좋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너무도 기계치이기도 하지만 타국에 와서 인간적이고도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나서 소심한 나에게 적지 않은 안정감을 줬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지!

 

나도 사람들 틈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띵동~ 벨이 울리고 몇 번 창구로 오라는 짧은 안내가 나온다.

영국 우체국은 환전도 해주지만 환전만큼은 Marks and Spencer를 이용하도록~!

 

직원이 소포를 무게를 다는 저울에 올리란다 그리고 내용물이 뭔지, 소포의 가치는 얼마인지, first로 보낼 건지 아님 standard로 보낼건지 등을 묻는다. first로 보내면 도착은 빨리 되지만 가격이 비싸니 standard로 보낸다고 했다(사실 소포를 여러 번 보내보니 지역마다 도착하는 시간이 달라서 어쩔 땐 first로 보낸 것보다 standard로 보낸 소포가 더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있더라~)

상품진열장 한켠엔 커드와 엽서 그리고 박스와 포장 준비 물품을 판매한다, 

 

영국의 우체국은 포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지는 않다. 우체국에서 급하게 포장 박스를 구매하여 포장하려면 박스비용이나 포장 준비 물품들이 생각보다 비싸고 포장을 할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되도록이면 포장까지 꼼꼼하게 해서 오길 추천한다

 

얼마 전 영국 더타임스는 "로열메일 소유쥬가 체코 억만장자의 36억 파운드 제안에 동의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2013년 민영화 이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해 일어난 참사!. 1516년 설립된 로열메일은 근대 우편제도의 효시로 불리며 정부 산화기관에서 2013년 민영화가 되었다. 그 당시 정부는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등이 우정사업을 민영화한 뒤 높은 수익과 서비스 향상을 가져왔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로열메일은 서비스부실과 대규모 정리해고와 해킹사고 등으로 경영난을 겼으며 실패 사례가 됐다고...

 

로열메일의 소유쥬가 바뀌고 우체국 스캔들까지 터진 이 마당에 뭔가 일이 잘 될랑가? 의심스럽지만 여전히 나의 편지와 소포는 아무 이상 없이 잘 도착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