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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상

정원에 마실 나온 야생 여우

by 수주부 2024.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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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엔 개인집 정원마다 거의 상주하다 싶이 찿아 오는 여우가 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 영국 살이를 시작할땐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 각자의 정원에 찾아오는 여우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했더랬다

아무개 집 여우는 굴을 파서 새끼를 낳았는데 그 엄마가 우유로 아기 여우를 키우다 싶이 하다가 옆집의 신고로

한바탕 난리가 나고 굴을 메우고 밥을 주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다는둥...

어떤 집은 여우를 내 쫒으려고 물건을 던지다가 창문을 깼다는둥...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집에 찾아 오는 여우는 대 낮에 정원 한가운데 벌러덩 누워 낮잠을 자고 가는데 인기척을 내도 도망은 커녕 

무심히 나를 쳐다보고서는 다시 낮잠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 했다

동물도 여자 남자를 구별해서 옆지기가 창문만 열어도 놀라 후다닥 도망을 치는 모습을 보면

여자인 나를 만만하게 봤구나... 라는 생각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다

그동안 이사도 몇번  했는데 그때마다 다른 여우를 만나면서 자연스레 여우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불쌍하고 애처로운 마음이 생겼는데 여우를 싫어하는 사람들 앞에선 불쌍하니 애처롭니...하는 이런말을 조심을 해야 한다

친하게 지내는 옆집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우가 저지레(쓰레기통을 뒤져서 지저분하게 한다거나 전선을 갉아 놓든지 정원 여기 저기에 배설을 하는일)를 한다고 엄청 싫어 하시는데

이웃집 아주머니가 여우에게 이름까지 지어주며 밥을 챙겨준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노발대발 하신적이 있었다

옆집에 찾아 오는 여우는 할머니 할아버지 눈에 띄는 즉시 내쫒김을 당하지만 나는 우리집에 찾아 오는 여우를 문전 박대를 할수는 없었다, 여러 해 우리 정원을 찾은 여우는 털에 윤기가 없고 나이가 있어 보였는데 어두운 밤이 오면 옆집 눈을 피해 고깃 덩어리도 던져 놓기도 했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한동안 그 여우가 보이지 않더니

어느날 붉은 털을 가진 어린 여우가 오는게 아닌가~!

그후로 일년이 지나고 성인이 된 그 여우는 낮이 아닌 밤에 정원을 찾아와 이리저리 땅을 헤집어 다니고

똥도 싸고 ㅎㅎㅎ 내가 애지중지하는 작은 텃밭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곤 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여우의 습성이라 생각하고서리...

며칠전 갑자기 벌건 대낮에 놀러온 여우를 보고 사진 몇장을 찍어 보았다

다행이 살도 오동통하게 찐 건강한 모습이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드네...ㅋㅋㅋ

붉은기가 없지만 작년부터 찾아온 그 여우임에 틀림 없다

정원 이곳저곳을 어슬렁 거리며 다니다가 영역 표시도 야무지게 하고 창문 넘어로 자기를 보고 있음을 아는데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안고 활보 하는 여우

역시나 이 여우도 나를 겁내하지는 않는다

보라는듯 창문 바로 코앞까지 오는 대범함을 ~

나를 무시하는듯 아랑곳 안다가 무심결에 눈맞춤을 했다

오구 오구 에쁘게 생겼네~ ㅎㅎㅎ

한동안 정원에서 여유를 부리더니 홀연히 사라졌다

여우 얼굴을 가까이에서 보고 눈맞춤까지 하니 여우에게 홀린다라는 말이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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